애동지엔 팥죽 대신 팥떡을 먹는다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동지라고 다 같은 동지는 아니다. 동짓달 초순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이름부터 아직 애 같은 느낌이다.
애동지엔 팥죽을 안 먹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들 잡귀가 더 달라붙는다고 해서. 그래서 집집마다 팥죽 대신 팥떡을 했다. 쑤는 대신 쪄서, 퍼먹는 대신 나눠 먹는 쪽으로.
어릴 땐 그냥 떡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나서야 이게 꽤 정성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팥은 삶아야 하고, 떡은 쪄야 하고, 손은 더 많이 간다. 그래도 애동지엔 늘 팥떡이었다.
수수팥떡
팥은 씹히고 떡은 퍽퍽해야 한다

사진=챗GPT
수수팥떡은 애동지 떡 중에서도 가장 ‘기본값’에 가깝다.
달지 않고, 향도 세지 않다. 대신 씹을수록 고소하다.
요즘 입맛엔 심심할 수 있는데, 그 심심함이 애동지다.
수수팥떡 만드는 법
재료
수수가루 3컵
찹쌀가루 1컵
삶은 팥 1컵
소금 1작은술
물 약 1컵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1. 팥부터 준비
마른 팥은 하루 전날 불려 둔다. 냄비에 팥과 물을 넉넉히 넣고 끓인 뒤 첫물은 버린다.
다시 물을 붓고 30~40분, 손으로 눌렀을 때 으깨질 정도까지 삶는다.
팥이 퍼지면 떡 안에서 사라진다. 씹힘이 남아야 한다.
2. 반죽은 질지 않게
수수가루와 찹쌀가루를 섞고 소금을 넣는다.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비빈다.
손으로 쥐었을 때 뭉쳐졌다가 툭 치면 갈라지는 상태가 적당하다. 질면 찔 때 질척해진다.
3. 찐다
찜기에 면보를 깔고 반죽을 절반 깐다. 삶은 팥을 고르게 올리고 나머지 반죽을 덮는다.
김이 오른 뒤 25~30분. 중간에 뚜껑은 열지 않는다. 수수는 기분이 예민하다.
4. 마무리
불을 끄고 5분 뜸. 참기름을 살짝 바르고 한 김 식힌 뒤 썬다.
따뜻할 때 자르면 단면이 무너진다.
팥시루떡
집안에 떡 김 서리던 날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토라이 리퍼블릭
팥시루떡은 혼자 먹는 떡이 아니다.
집안에 사람 많을 때, 접시가 몇 개 필요할 때, 이웃에게 한 접시 건넬 명분이 필요할 때 만든다.
시루에서 꺼낼 때 나는 김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겨울 아침 냄새는 대체로 팥시루떡 쪽이다.
팥시루떡 만드는 법
재료
멥쌀가루 4컵
삶은 팥 1과 1/2컵
소금 1작은술
물 약 1컵
면보
만드는 법
1. 쌀가루 준비
멥쌀은 6시간 이상 불린 뒤 물기를 빼고 곱게 간다.
체에 내려 알갱이를 고르게 하고 소금을 섞는다.
물을 손으로 뿌리듯 넣어 고슬고슬하게 만든다. 쥐었을 때 자국만 남고 흩어지면 맞다.
2. 팥은 고물로
삶은 팥은 절반만 으깬다. 완전히 갈면 식감이 단조롭다.
팥 알갱이가 보여야 시루떡답다.
3. 시루에 안치기
면보 깐 시루에 쌀가루를 얇게 깔고 팥을 고르게 올린다. 다시 쌀가루로 덮는다.
꾹꾹 누르지 말고 가볍게 덮듯이. 눌리면 김 길이 막힌다.
4. 찐다
센 김에서 30분. 불을 끄고 10분 뜸.
뜸이 부족하면 속이 설다.
수수부꾸미
부쳐 먹는 애동지의 변주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수수부꾸미는 떡이라기보다 간식에 가깝다.
손에 기름 묻혀 가며 하나씩 부쳐 먹는 재미가 있다.
애동지지만, 어른 입엔 제일 잘 맞는 쪽이다.
수수부꾸미 만드는 법
재료
수수가루 2컵
찹쌀가루 1컵
소금 한 꼬집
물 약 1컵
팥소(삶은 팥 + 설탕 약간)
식용유
만드는 법
1. 반죽
가루에 소금을 넣고 미지근한 물로 말랑하게 반죽한다.
손에 달라붙지 않고 귀불처럼 부드러우면 된다.
2. 팥소
삶은 팥을 으깨 설탕을 아주 조금만 넣는다. 달면 수수 향이 사라진다.
3. 빚기
반죽을 떼어 납작하게 누르고 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접는다.
가장자리는 얇게 눌러야 굽다 터지지 않는다.
4. 굽기
약불에서 기름을 두르고 천천히 굽는다.
색은 연하게, 속은 뜨겁게. 센 불은 금물이다.
팥밥
애동지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

사진=챗GPT
솔직히 말하면 애동지에 떡까지는 귀찮은 날도 있다.
쪄야 하고, 식혀야 하고, 썰어야 한다. 그럴 땐 밥솥이 제일 착하다.
팥밥은 애동지 음식 중 가장 생활 밀착형이다. 의미도 챙기고, 끼니도 해결된다.
팥밥 만드는 법
재료
쌀 2컵
팥 1/2컵
소금 약간
물(평소 밥물보다 약간 넉넉히)
만드는 법
1. 팥 삶기
팥을 씻어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다. 첫물은 끓어오르면 버린다.
다시 물을 붓고 20~30분, 팥이 터지기 직전까지 삶는다.
2. 쌀 준비
쌀은 평소처럼 씻어 20분 정도 불린다.
밥솥에 쌀, 삶은 팥, 팥 삶은 물을 함께 넣는다. 물은 평소보다 조금 많게.
3. 취사
소금 한 꼬집 넣고 평소 밥 짓듯이 한다.
다 되면 주걱으로 아래에서 위로 크게 섞는다.
4. 먹는 법
김, 간장, 참기름. 이 조합이면 충분하다.
팥앙금 앙버터 샌드위치
애동지를 핑계로

사진=챗GPT
전통은 아니다. 그래도 애동지라는 핑계로 먹기엔 좋다.
팥은 팥이고, 겨울 버터는 단단해서 더 맛있다.
단맛과 짠맛이 동시에 온다. 애동지지만 기분은 브런치다.
팥앙금 앙버터 샌드위치 만드는 법
재료
식빵 또는 바게트
팥앙금
무염버터
소금 아주 약간
만드는 법
1. 버터
냉장고에서 꺼내 5~10분 둔다.
말랑해지기 직전, 썰 수 있을 정도가 좋다.
2. 빵
겉만 살짝 굽고 속은 부드럽게 남긴다.
3. 조립
빵 한쪽에 팥앙금을 넉넉히 바르고 버터를 도톰하게 올린다. 소금 한 꼬집.
4. 마무리
덮고 끝. 누르지 않는다. 앙금과 버터는 눌리면 싸운다.
애동지는 꼭 옛날 방식일 필요 없다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토라이 리퍼블릭
팥죽을 안 먹는 날이라고 꼭 떡만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팥밥으로 간단히 넘겨도 되고, 앙버터 샌드위치로 애동지를 빌미 삼아도 된다.
중요한 건 팥을 한 번쯤 떠올리고, 겨울 한가운데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
애동지는 작고 여린 날이다. 그래서 음식도 조금은 느슨해도 된다. 오늘은 그렇게 먹어도 되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