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없이 만나는 해발 1,330m의 설국, 겨울 만항재”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배영수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 영월군의 경계에 자리한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해발 1,330m라는 수치는 숫자보다 체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힘든 산행 없이도 백두대간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만항재의 계절감은 극명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천상의 화원’이라 불릴 만큼 야생화가 능선을 덮고, 겨울이 오면 풍경은 완전히 바뀐다. 눈꽃과 상고대가 산 전체를 감싸며, 짧은 정차만으로도 설국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정만
겨울 만항재의 시작은 드라이브다. 함백산 자락을 가르며 이어지는 도로는 눈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흰 터널이 된다.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설경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의 밀도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해가 낮게 걸리는 시간대에는 눈빛이 부드럽게 퍼진다.
만항재 쉼터 부근은 잠시 차를 세우고 걷기에 적당한 지점이다. 길게 걷지 않아도 눈을 밟는 소리와 함께 고요한 산의 공기가 전해진다. 짧은 체류만으로도 ‘올라왔다는 감각’이 분명해지는 곳이다.
이곳이 상고대 명소로 꼽히는 이유는 고도와 기온 때문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의 흐름이 일정해 이른 아침이면 나뭇가지마다 하얀 서리꽃이 맺힐 확률이 높다. 해가 오르기 전의 시간대가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손명권
주소는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865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계절에 따라 체류 방식만 달라진다. 인근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고찰 정암사가 있어 만항재 방문 전후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겨울 방문 시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고도가 매우 높고 커브가 많아 눈이 온 직후에는 노면이 급격히 미끄러워질 수 있다. 윈터 타이어나 스노우 체인은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산 아래와의 기온 차가 크고 바람도 강해, 잠깐 내리더라도 장갑과 방한 용품을 챙기는 편이 안전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안개가 잦은 지역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이지만, 운전 중에는 시야 확보가 우선이다. 실시간 날씨와 도로 상황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좋다.
만항재는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충분한 장소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겨울의 높이와 깊이가 동시에 전해진다. 등산 없이 만나는 설경이라는 점에서, 이 고갯길은 겨울 여행의 기준점처럼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