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내내 숲의 결이 느껴집니다”… 익산 아가페정원의 느린 산책
익산시의 제7경으로 꼽히는 아가페정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공간이다. 화려한 조경보다는 시간의 밀도로 완성된 숲에 가깝다.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관광지라기보다 누군가의 오래된 산책로에 초대받은 느낌이 먼저 든다. 이 정원의 시작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정양원’을 설립하며, 어르신들이 자연 속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수목을 심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다. 목적은 조경이 아니라 삶의 환경이었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오랜 시간 사적으로 가꿔지던 숲은 2021년 3월 민간정원으로 공식 등록되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수목원처럼 정비돼 있지만 동선은 과하지 않고, 쉼을 전제로 한 구조가 유지된다. 걷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이유다. 정원에는 메타세쿼이아와 섬잣나무, 공작단풍을 비롯해 17종, 1,416주의 수목이 등재돼 있다. 나무 하나하나가 장식처럼 배치되기보다, 숲의 흐름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숲의 깊이는 얕지 않다. 아가페정원의 상징은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길을 따라 서 있어 자연스러운 울타리를 이룬다. 길 위에 서면 시선이 위로 열리며, 계절에 따라 빛의 색이 달라진다. 봄에는 정원의 분위기가 가장 밝아진다. 4~5월이면 고려연산홍 터널이 붉게 이어지고, 수선화와 튤립, 목련이 차례로 피어난다. 꽃의 양이 많기보다 동선마다 포인트처럼 배치돼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에는 붉은 상사화가 정원의 인상을 바꾼다. 초록 숲 사이로 갑자기 드러나는 붉은 색감이 대비를 이루며, 사진보다 실제 풍경에서 존재감이 크다. 11월에는 공작단풍이 주인공이 된다. 잎의 결이 살아 있는 단풍이 정원 곳곳을 물들이며, 같은 공간이 전혀 다른 인상으로 변한다. 이 시기에는 숲의 색감이 가장 풍부해진다.
사진=아가페정원 공식 홈페이지
사진=아가페정원 공식 홈페이지
사진=익산시 문화관광 공식 홈페이지
아가페정원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소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황등면 율촌길 9이며, 하절기(3~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2월)는 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원이다.
주말과 공휴일 방문은 2주 전 사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과 문의는 063-843-7294로 진행된다. 주차는 무료로 가능하지만, 예약 인원이 제한돼 있어 일정 확인이 중요하다.

사진=아가페정원 공식 홈페이지
아가페정원은 크지 않아서 좋고, 조용해서 오래 남는다. 화려함 대신 평온함을 선택한 이 숲은 익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서두르지 않는 산책이 필요할 때, 이곳은 충분한 이유가 된다.























